Huwebes, Hulyo 2, 2020

나의 터프한 아내(The valley) - 하편

“참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게 말야, 강병길이 마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안다’는 식으로 일을 알아서 진행해 주었다는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솔직히 나 혼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인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뜸 술을 사러 나가자고 지훈씨랑 김상욱이를 데리고 친히 밖으로 나가주니, 고맙기도 고마운 거지만 또 미친듯이 흥분이 되는거라.”

-어차피 방안에는 우리 둘과 박은혜만 남아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세사람이 나간뒤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자네도 잘 알고 있는 바고”



난 몰라. 난 모르겠으니까 빨리 이야기를 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나는 숨을 죽이고 박태준의 이야기가 제발 이대로 멈추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아무리 '술'이나. ‘약’에 취해 있었다고 그래도, 여자가 너무 경계심이 없었어”

-솔직히 나도 어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아까 강병길이가 자랑스럽게 ‘약’을 탔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모든 일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고. 낯선 남자들 사이에 앉아있던 여자가 수영복 차림으로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개구리마냥' 축 늘어져 있는게,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뭐 어쨌든 나는 더할 나위 없이 ‘땡큐’ 였지만.

“하긴, 나도 꽤 너를 오랫동안 보아 왔지만, 그렇게까지 흥분한 표정은 이제껏 본적이 없었으니까. 박은혜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은혜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던 니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뭐 어쩌겠어 최비서? 나도 그래봐야 남자일 뿐인데. 활짝 벌리고 있는 은혜씨 가랑이를 주시하며,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까, 다시 내 물건이 빠르게 팽창하더라고. 더 이상은 지체할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은혜씨를 두팔 가득 안고선 내 방으로 부리나케 들어와 침대위에 던져버렸지.

“바로... 여기....”



맙소사, 사실이 아닐거야. 정말... 나의 아내가 정말 나 아닌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거야? 이미 각오했던 이야기가 박태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나는 아내에 대한 마지막 신뢰감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 나는 아내를 잘 아는 사람이고,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다. 단언컨대, 아내는 나 이외에 어떤 남자에게도 몸은 커녕 마음을 허락한 적이 없다. 은혜의 '지랄같은' 성격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아내에 대한 말못할 신뢰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나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손톱을 입에물고 잘근잘근 씹어댈 뿐이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술때문이야’ ‘아니 강병길이 이 개새끼가 타놓은 약때문이야’ 라는 말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하고 앉아있으려니까, 박태준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래, 바로 여기. 내 방 침대에서. 막상 침대위에 은혜씨를 내려놓으니까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미칠듯이 흥분되더라고.”

-그래서 네가 슬쩍 나를 돌아보았을때, 내가 돌아서서 문을 닫아줬던거야.

“그렇지. 그쯤되니, 나도 더 못견디겠더라고. 그대로 은혜씨 위에 올라타서 허리춤에 걸친 실크천이며 팬티며, 내 후드티며, 브라며 거의 찢어내듯 벗겨내니까 금새 알몸이 되더라고. 불이 훤히 켜진 침대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데, 물건이 터질 지경이더구만. 나도 서둘러서 바지며 팬티며 벗어서 침대위에 벗어던지니까, 은혜씨도 나도 완전히 알몸이 된 상태로 침대위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꼴이 되어 버린거야. 쉼호흡을 한번 하고 은혜씨의 가랑이를 벌려 땀인지 물인지에 잔득 젖어있는 그녀의 터럭과, 아까 쉴새없이 만져댔던 그녀의 갈라진 ‘틈’을 동시에 바라 보자니, 말 그대로 미치겠는거야. 마치 처음 여자를 안았던 나의 어린시절처럼. 가랑이를 벌린채로, 게임할때처럼 그 부분을 떨리는 손으로 만져대니까, 찌걱찌걱 소리가 나는거야. 무엇에 취한 사람마냥 계속 그 짓을 하고 있는데, 얼마가지않아 내 밑에 깔려있는 은혜씨가 돌연 눈을 뜨는거야. 그리곤 연신 주위를 살피더니 그제야 나를 밀어내며 경계하는게 아닌가?”

-맞아, 큰 소리가 들렸었어. 그래서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니까, 네가 방안에서 ‘들어오지마’라고 소리쳤었지.

“그랬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를 밀어내고 경계하는게 왠지 그 상황에선 그냥 앙탈쯤으로 여겨졌거든. 그제서야 나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잔득 발기되어있는 내 물건을 은혜씨의 입구에 스윽 가져다 대는데, 은혜씨가 필사적으로 벌려졌던 자신의 가랑이를 좁히면서 내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서는거야. 그런데 나를 막아서는 그녀의 손에 힘이라곤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게 이상했지. 분명 의식은 있는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박태준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이건 차라리 강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잠시나마 실망했던 내가 바보였다. 그래도 아내는 그 상황에서도 나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다. 그런 은혜를 떠올리자니 다시금 마음 한켠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박태준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나의 막연한 기대는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암튼 나도 슬슬 조바심이 나더라고. 어차피 입술을 꾹 다문채 열리지 않는 은혜씨의 입을 포개보기도 하고, 그녀의 허벅지에 내 꼿꼿한 물건을 비벼대며 가슴이며 젖꼭지며 허리며 엉덩이며 연신 주물러대기도 했지. 역시나 한참을 그러니까 은혜씨도 금새 풀이 죽어버리더라고. 아무래도 술기운이 올라오는것도 있고, 강병길이 술에 타놓은 ‘약빨’이 슬슬 올라오는 것도 한몫 했겠지. 나를 밀어내던 은혜씨의 두 손과, 그녀의 고개가 동시에 침대위로 늘어지자, 그제야 나도 안심하고 그녀의 안으로 물건을 꽂아넣으려는데, 마침 은혜씨가 크게 소리쳤던거지.”

-콘.돔.!!!! 큭큭큭

“그렇지. 내밑에 깔려서는 워낙 크게 그 소리를 내질렀으니, 차라리 최비서가 못들은게 이상하겠지. 훗.

뭐 솔직히 나로썬 아쉽지 않았겠어? 그래도 어차피 시간은 없고, 강제로 하는건 내 취미에 안맞고 한 상태라 에이 차라리 잘됐다 싶은 마음에, 잠시 은혜씨의 몸에서 떨어져서 서랍을 뒤지는데, 콘돔이 없는거야.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방문을 열고 내 지갑속에 있던 콘돔하나를 던져주고 나왔던 거지.

“맞아. 그랬지. 땡큐. 최비서.”



아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두 음절의 단어 따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듣지 말걸. 그럼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모든 일은 그저 ‘강간’이었을 뿐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충분히 위로라도 던질 수 있었을텐데. 나의 솔직한 심정은, 아내가 끝까지 박태준을 거부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자네가 떨쳐준 콘돔을 주우러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가는데, 그때서야 조금 이상하단 생각이 드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입장에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적어도 한번쯤은 남편 이름을 외쳐 구해달라는 말이 나올법도 한데, 은혜씨 입에선 좀체 ‘지훈씨’ 이름이 흘러나오지 않았던 거지. 정말 단 한!번!도.”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도 그렇네.



박태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둠속에서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고, 이루다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한 기분에 휩싸여서는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암튼, 서둘러 바닥에서 자네가 던져준 콘돔을 집어 들었지. 혹시라도 그 틈을 타서 은혜씨가 도망이라도 갈 요량으로 침대위에서 벌떡 일어나는건 아닐까싶어 슬쩍 고개를 돌려 침대를 보니, 그럴일은 ‘절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새 기절이라도 했나?

“아니 아니. 침대위를 보니, 은혜씨가 얼굴이 잔득 달아올라서는 연신 거친숨을 내몰아 쉬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상태로, 자신의 가랑이를 쫘악 벌리고 있기도 했고. 마치 나 좀 봐달라는듯이.”

-대놓고 먹어달라 이거였네.



아내를 두고 희롱하듯 희희낙락 떠들어대는 박태준과 최길수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조금씩 아내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박태준을 거절하지 못한 아내를 두고, 끝내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복잡하게 내 심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암튼, 콘돔을 까서 물건에 씌우는데....”

-사이즈는 잘 맞았나? 내 물건이 원체 커서 말야. 큭큭

“에이. 무슨 섭섭한 소릴. 물건을 다 씌우고도 조금 남던데? 훗. 암튼 물건을 발기한채로 은혜씨 위에 그대로 올라탔지. 어차피 벌어진 가랑이는 가릴 생각도, 그렇다고 좁힐 생각도 없어보여서 그냥 젖어있는 입구에, 한손으로 내 물건을 단단히 부여잡고, 귀두부터 천천히 꽂아넣었어. 그런데 그거아나? 그 느낌이라는게 말야. 여태까지 많은 여자를 품어봤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무려 ‘콘돔’을 꼈는데도, 은혜씨의 안으로 들어가는 내 물건을 타고,

은혜씨의 그곳의 감촉이 내 온몸에 그대로 전해졌단 말야. 이걸 대체 말로 표현하긴 너무 힘든데, 어린애들을 안으면, 물이 잘 안나와서 뻑뻑하고, 그렇다고 내 또래 아이들을 안으면 가끔 물이 너무 많거나 조금 헐렁하다는 느낌이 들곤 하잖아. 근데 이 쪼임의 느낌이... 진짜 너무 딱 좋은거야. 속궁합이 좋다고 해야 하나? 물건을 꽂아넣고 겨우 5분? 뭐 그정도 움직이니까 벌써 내 물건쪽이 뻐근해 지는거 아니겠어? 정상위 말고는 다른 체위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야. 괜히 얼굴이 팔려서, 입을 벌린채 눈을 질끈 감고 누워 있는 은혜씨의 입술을 다시 훔치니까 그제서야 아까와는 다르게 굳게 닫았던 입술을 열어 나를 맞는거야. 이야~! 혀의 감촉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데, 진짜 그 순간만큼은 딱 두가지 생각만 간절하더군”

-무슨?

“이런 여자를 매일 안을 수 있는 지훈씨가 너무 부럽다. 그리고 이 부드러운 혀로 한없이 ‘서비스’ 받고 싶다. 딱 두가지 생각.”



내 아내는 몸파는 여자가 아냐. 어쩌다 실수로 너따위에게 몸을 허락했는진 모르겠지만, 내 아내를 그따위 취급하는건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아랫도리가 빠르게 반응하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암튼 키스를 하고나서, 물건쪽이 점점 뻐근해져오길래, 슬쩍 입을 때고 은혜씨에게서 몸을 일으키려 하니까 그게 잘 안되는거야. 무슨일인가 싶어서 허리를 움직이며 슬쩍 고개를 돌렸더니, 아 글쎄 은혜씨가 두 팔을 내 목덜미에 꼬옥 감고 있는거 아니겠어? 그뿐만이 아니야. 이미 내 엉덩이 위에 허벅지를 교차하고선 내 물건을 꽉꽉 쪼여 주는데, 와 정말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더군.”

-원래 체육쪽 전공하는 애들이 섹스에선 ‘남자들 애간장을’ 녹이곤 하지.



웃기지마. 내 아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야.



“은혜씨 가슴을 움켜쥔채로 그대로 그녀의 질 안에다가 내 물건의 뿌리까지 깊숙히 꽂아넣고 허리를 움찔움찔 거리니까, 콘돔안으로 울컥울컥 내 흔적들이 쏟아지는게 느껴지더라고. 여자쪽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황홀했던 섹스는 정말 손에 꼽을.. 아니 기억에 없을 정도였어. 아쉬운 마음에 물건을 꽂아넣고 은혜씨 위에 쓰러져 있는데, 엉덩이 쪽이 무거워 슬쩍 내 손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다 대니, 은혜씨가 내 엉덩이 위에 다리를 교차한채 여전히 그 다리를 풀고 있지 않은거야. 속으로 생각했지. ‘아. 나만 좋았던건 아니었구나’

솔직히 조금은 안도가 되더라고. 웃기게 들리겠지만,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내밑에 깔려있는 은혜씨의 양볼을 붙잡고 다시 키스를 했어. 어차피 더 이상 거부같은건 하지 않더라고. 쩝쩝 소리를 내면서 서로의 혀를 탐하다가, 그제서야 지훈씨가 돌아올 시간이 된 것 같다는 느낌에 서둘러 은혜씨와 함께 침대위에서 일어났지. 뭐 그래봤자, 내가 누워있는 은혜씨를 강제로 들어올린거였지만.”

-이제와 말인데, 사실 어제, 그러니까 너랑 박은혜랑 빠구리를 뜨고 있을때, 강병길이한테 넌지시 문자를 하나 넣어놨었어. 뭐 별다른 말은 안하고, 그냥 ‘괜찮다면 시간좀 끌어주시오’ 라고. 그랬더니 이 능구렁이 같은 놈이 문자로 알겠다며, 문자 꼬리에다가 하트를 몇 개나 찍어 보내지 않겠어? 큭.

“아.. 그랬어? 훗”



이제야 왜 강병길이 어제 술을 사러가면서 그리도 늦장을 부렸는지 알 것 같았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한통속이었어.



“아무튼 물건에 걸려있는 콘돔을 쓰레기통에 던져놓고선 주위에 주섬주섬 떨어진 옷가지들을 챙겨서는, 은혜씨고 나고 할 것 없이 전라의 상태로 방을 빠져나와 실내온천의 샤워기로 비틀비틀 걸어갔지. 샤워기의 물을 틀어서 먼저 정액범벅인 내 물건을 물로 깨끗하게 씻어낸뒤, 멀뚱멀뚱하게 서있는 은혜씨의 가랑이로 손을 넣어 직접 그곳을 닦아주는데, 마치 엄마에게 몸을 맡긴 갓난아이마냥 내곁에 서서는 그냥 말없이 가랑이만 벌려주더라고. 손가락으로 질입구며 안이며 가리지않고 물을 뿌려가며 만져대는데, 은혜씨가 발가락을 위아래로 꼼지락대며 그대로 욕실 벽에 팔을 기댄채 쓰러지는게 아니겠어? 은혜씨의 구멍을 손으로 들락거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물건이 발기 되어버려서, 샤워기를 끄고 그대로 후배위 자세로 삽입을 하려고 했는데, 자네 목소리가 들린거지”

-나도 솔직히 당황했었어. 잔득 흥분한 표정으로 조지훈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내 심장이 얼어 붙는줄 알았다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비서 다시는 연기같은거 하지마. 어제 어색해서 혼났다구. 큭큭. 암튼, 나도 자네의 ‘신호’에 서둘러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지. 옆에 있던 은혜씨도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놀라면서 서둘러 비키니를 몸에 걸치더군.”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나의 아내는 박태준에게 한번 더 범해졌겠지. 하지만 그래봐야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나는 어쩐지 처음과 다르게 마음이 덤덤해 져서는 묵묵히 박태준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다.



“지훈씨랑 은혜씨가 숙소로 돌아가고, 강병길이랑 김상욱도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많은 생각이 들더군. 그리고 때마침 옆에 있던 최비서가 '내 생각이라도 읽었다는듯' 내게 다가와 무슨 말인가를 쏟아냈던것도 바로 그 때였고”

-그렇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몇 년인데, 그걸 모르겠어?

“난 덕분에 오늘 점심식사부터 산책까지 모두 자네가 일러준대로 행동했을 뿐이지 뭐.”

-고맙나?

“고맙기만 하겠어? 큭”



어쩐지 하루종일 수상하다 했다. 역시나 오늘 일어났던 모든 일은 최길수가 계획한 일이었구나. 산책로에서 내 곁에 서서는 속으로 얼마나 나를 비웃었을까? 에이 씨팔. 빌어먹을!



“솔직히 그래도 조금 걱정은 됐어. 무조건 최비서 말만 믿으라고는 했지만, 이건 지난 새벽이랑 다르게 조금만 잘못되면 큰일이 날.수.도. ‘있었거든’. 그래도 결국 최비서가 시키는대로 한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그걸 ‘원하긴’ 원했던 모양이야. 더욱이 이제와 얘기지만, 오늘 점심에 식사하는내내, 내 눈을 피하는 은혜씨 모습이 영 보기 불편했던것도 사실이었거든. 그런데 당장 산책로에 접어들었더니 당장 그렇게 돌변할 줄은...”

-어떻게?



돌변? 아내가 돌변? 박태준의 입에서 비릿한 웃음소리와 함께 ‘돌변’이라는 두음절의 단어가 흘러나오자 나는 무슨 영문인가 싶어 몸을 잔득 움크리고는 박태준의 이야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음. 산책로 입구에서부터 얼마간은, 일단 자네랑 지훈씨가 앞장서서 빨리 걷지 않았나? 그걸 본체 만체 하면서, 나는 일부러 은혜씨 옆에 바짝 붙어서는 느린 보폭을 유지했지. 자네가 '시킨대로'.

처음에는 내가 슬금슬금 곁에 다가서자 고개를 숙이며 잠시 경계하는가 싶었는데, 얼마간 걷다 보니 은혜씨도 내 쪽에 바짝 붙어서 걷는게 아니겠어? 곁눈질로 자네와 지훈씨의 간격을 확인하면서 나는 최대한 느린 보폭을 유지하려 애썼지. 그리고 일부러 은혜씨가 의식하지 못하도록 쉴새없이, 남편 사업 이야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토해냈어. 어차피, 자네도 알다시피 산책로도 아버지 소유라 사람이라곤 우리빼곤 있을 리가 없지않겠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은혜씨도 차츰 경계를 풀고 내 말에 대꾸도 하고 그러더라고. 그렇게 얼마간을 걷다가 슬쩍 앞을 보니, 최비서가 미리 얘기한대로 이미 내 앞에 지훈씨와 최비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고. 그제야 은혜씨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는데, 그쯤되니 이거야 원 또 안고싶어서 죽을 지경이더라고. 그냥 말없이 은혜씨의 입술을 포개곤 눈앞의 그녀를 내 품 가득 안아버렸지.”

-별다른 반항도 없이?



별다른 반항도 없이? 나 역시 박태준에게 최길수와 똑같은 질문을 속으로 내던지며 박태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입술이 맞닿은채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니까, 그제야 내 가슴위에 두 손을 얹어대면서 나를 살짝 밀어내더라고. 그러면서 나를 올려다보며 한다는 말이, ‘어제 일이라면, 술 때문에 실수였어요’ 라는거야. 뭐라할까.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좀 '진정'이 되어서, 애꿎은 입술을 핥으며 눈앞의 은혜씨를 한동안 멀뚱멀뚱 보고 서 있었지.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서 견딜수가 없더군. 내 침대위에서 안고 핥고 만져대던 그 모습들이 말야. 그 생각에 잔득 흥분이 되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충동적으로 은혜씨 입술에 다시 혀를 넣어 버렸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말야. 하지만 웬걸? 끝까지 나를 막아설 줄 알았는데, 어쩐지 어제마냥 금새 나에 대한 경계를 풀어버리더라고. 이때다 싶어서 바로 산책로 옆의 풀숲으로 은혜씨를 끌고 들어가서는 새벽때처럼 그녀의 온몸에 걸치고 있는 옷가지들을 미친듯 벗겨냈지. 자연과 함께 하는 섹스. 운치있지 않아?”

-큭큭큭. 앙탈이었네.

“암튼, 풀숲에 은혜씨를 눕히곤 거의 알몸이 될 때까지 정신없이 옷을 벗겨낸뒤에, 입술이며 가슴이며 터럭 가득한 그녀의 가랑이 틈이며 할것없이 만지고 핥고를 반복했지. 슬쩍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게임할때처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선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게 아니겠어? 내가 바지랑 팬티를 벗으면서 은혜씨 귓가에다가 ‘여기는 아버지 소유의 개인 산책로라, 우리 빼곤 아무도 없어요. 심지어 은혜씨 남편 지훈씨두요’ 라고 속삭이니까, 그제서야 입에 올려놓았던 두 손을 살포시 풀더라고. 이제는 '다됐다' 싶어서, 그녀의 가랑이를 두 손으로 벌리고 삽입 자세를 취하는데, 돌연 은혜씨가 나를 막아세우며, ‘콘돔 없으세요?’ 라고 묻더라고. 그래서 내가 오늘은 콘돔이 없다, 그냥 하면 안되겠냐 되물으니, 끝끝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두손으로 벌어져 있는 가랑이를 가리는거야. 이미 애간장이 타서 조바심이 나는 쪽은 나라서 그런 은혜씨의 두툼한 허벅지에 양손을 올리고선 잔득 발기한 물건만 까딱까닥 움직이고 있었어.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은혜씨 가랑이에 걸친 그녀의 두손을 힘껏 치우곤, 다시 은혜씨 귓가에다가 ‘안에다가 안할게요.’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안심을 시키고 안심을 시킨 후에야.....”

-후우.. 힘들구만 힘들어. 그래서 그 후에야 겨우 보지를 대 준거야?

“큭.. 뭐... 그렇지..”

예쁜 도끼자국들~~



-박태준의 설명에 따르면- 새벽에 있었던 정사와 비교해서는 어쩐지 조금 '쉽게' 박태준을 받아들인 아내를 두고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놓고선, 아까 산책로에서 시종일관 나를 퉁명스럽게 대하다니. 나는 머리가 지끈거려 조심스럽게 관자놀이를 쎄게 주물렀다.



“짧게 쉼호흡을 한번 하고 그대로 발기한 내 물건을 벌어진 은혜씨의 가랑이에 그대로 밀어넣는데, 참 안으면 안을수록 신기한 여자란 생각이 들었어. 새벽에 콘돔을 끼고 할때도 나의 물건쪽에 고스란히 그녀의 느낌이 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얇은막의 고무덩어리를 제거하고 맨살끼리 부딪히는 그 느낌은, 또 다른거야”

-그게 아무래도 그렇지. 원래 계집년들은 그냥 먹어야 되는게 맞거든.

“쑤욱하고 밀어넣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따뜻하고 조금 간지럽기도 했던것 같고, 특히 갈라진 귀두쪽의 느낌이 너무 저릿하더라고. 잠시간 그 느낌에 취해서 허리를 움직일 생각조차 못하고 그냥 은혜씨의 위에서 정체되어 있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곧이어 허리를 몇 번 움직이니까, 새벽때처럼 은혜씨가 두눈을 꼭 감고선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내 허리춤에 자신의 두 다릴를 올려 교차시키더라고. 연신 허리를 튕겨대면서 은혜씨의 입술과 가슴 할 것없이 빨아대는데, 그거 아나? 말 못할 쾌감만큼, 짜릿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버렸다는거?”

-큭. 남의 마누라를 따먹었다는 그런?

“뭐 이를테면 그런 종류의. 진짜 섹스를 하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긴 처음이었던것 같아. 게다가 섹스가 계속될수록, 어제와는 다르게 은혜씨가 적극적으로 허리도 튕겨주고, 특히 풀숲가득 신음소리를 내뱉는데. 그게 아주 작살이었어. 나도 못참겠어서 은혜씨를 따라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미친듯이 울부짖었지. 그런데 거기서 하필이면 전화가 울린거야.”



남의 마누라를 따먹었다는 최길수의 저급한 표현이 심히 거슬렸지만,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는 심정에 나는 박태준의 이야기를 마저 듣기로 했다. 아마도 박태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전화라면, 그것은 아마도 ‘최길수’의 전화였을 것이다. 그보다 이야기 내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은혜가 박태준의 밑에서 연신 자신의 허리를 튕겨주었다는 부분이었다. 나와 관계할때는 마치 ‘죽은 개구리’처럼 의무적으로 다리만 벌려주었던 아내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내니, 왠지 나는 조금 풀이 죽어버렸다.



"받아보니 최비서 자네더라고. 은혜씨도 잔득 얼굴이 빨개져서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나도 은혜씨 눈을 피하지 않고 은혜씨안에 물건을 꽂아넣은채로 자네의 전화를 받았지. 그랬더니 자네가 다급하게......“

-야!! 자지.... 아니... 조지훈이 그리로 가고 있어!!!! 큭큭. 아 이름도 헷갈리네.



자지훈? 뒤지고 싶은거냐 이 기계인간 자식아. 고맙네요 '죄'길수씨.



“큭. 그래 그래. 솔직히 자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말없이 은혜씨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밑에 깔려있는 사람의 남편이 이쪽으로 온다는 생각에 괜시리 짜릿해지는거야. 다시금 은혜씨 안에 박혀있던 내 물건이 저릿해지더군. 그쯤되니 들킬땐 들키더라도 마저 하고 보자는 생각이 간절했어. 이유를 몰라 나를 올려다보는 은혜씨의 입술을 마음껏 훔치고선 미친듯이 다시 허리를 튕겼어. 그랬더니 정말 얼마안가 사정의 기운이 몰아치는거야. 직감적으로 내 밑에 깔려있던 은혜씨도 그걸 알아차렸는지, 내 혀를 받으면서 웅얼웅얼 뭐라고 얘기하는데, 얼핏듣기에 ‘안돼.. 안돼’ 뭐 이런거 같았어. 이미 머릿속이 혼미한지라, 맘같아선 그냥 안에다가 하고 싶었는데, 내 어깨를 간절하게 꾸욱 주무르고 있는 은혜씨를 바라보니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 나는 뻐근해진 물건을 은혜씨의 몸안에서 쑤욱 빼서는 내 물건의 뿌리 부분을 잡고 그대로 은혜씨 가슴위에 올라탔어. 어차피 사정할거라면 잔득 상기되어 있는 은혜씨의 얼굴을 보면서 잔득 쏟아내고 싶었거든. 화들짝 놀란 은혜씨가 그제서야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나도 한손으로 그런 은혜씨의 한 손을 강제로 잡아 내렸지. 그리곤 연신 물건의 뿌리부분을 자극하다가 문득 옆에 은혜씨의 팬티가 보이길래, 그걸 집어들고는 내 귀두를 감싸고 몇 번 세차게 흔들었어. 그랬더니 꿀렁꿀렁 내 정액들이 싸한 향기와 함께 팬티위로 차츰 젖어들어가더군. 그걸 내밑에 깔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은혜씨의 모습을 보자니 이게 또 너무 흥분되는거야. 지훈씨가 이리로 오고 있는지 어떤지 까맣게 잊은채로 나는 손에 들린 은혜씨의 팬티를 아무대고 던져놓고선 황급히 다시 그녀의 입술을 훔쳤어”

-크아. 사실 이름도 좀 야하잖냐? 박은혜.. 박은애... 바근애... 너랑 ‘박은 애’큭큭

“큭. 그게 무슨 말이야? 훗.”



내 아내를 사이에 두고 그따위 저급한 농담따위 집어치워. 수준하고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때보다는 어쩐지 무덤덤해진 느낌이다. 물론 박태준의 논리적이고 훌륭한 묘사를 듣고 있노라니 바지춤은 연신 부풀어져 있었지만. 역시나 아까 산책로에서 발견했던 정액묻은 팬티는 아내의 것이 맞았다. 그래놓고 나에게 하루종일 신경질을 부린 아내라니. 짜증이 난다 짜증이.



“그래도 솔직히 아깐 조금 긴장했어. 나를 바라보는 지훈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거든. 솔직히 ‘바보’가 아닌 후에야, 어느정도 눈치는 챌 수 있는 상황이잖나? 그래서 나도 그때 표정관리가 조금 안되었던것 같아. 타이밍 좋게 끼어드는 은혜씨 도움 아니었으면, 나 정말 위험했다고.”

-실내 온천 얘기도 좀 해줘봐.

“아 그거? 큭”



어라? 니가 말한 그 바보가 바로 요기에 있네? 그래 이쯤되니 나도 궁금하다. 어서 마저해봐 이야기를.



“사실 최비서가 ‘계획한건’ 정확히 얘기하자면 점심부터 산책로까지의 일정이었잖아? 은혜씨에게 내 방에 있는 실내온천에서 쉬라고 했던건 다분히 내 생각이었을 뿐이고. 솔직히 나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 피곤해서, 지훈씨랑 온천에 갔을땐 그냥 남은 시간을 전부 온천에서 보내야지 생각했었어. 그런데 탕안에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문득 은혜씨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거야. 그러니까 그게 조금 이상했던거지. 아무리 미안해서 그런다고는 해도, 내가 건내주는 내 방키 열쇠를 덥썩 집어서는 뒤도 안돌아보고 내 호텔로 향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그때서야 아차 싶은거야. 그리고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던거지. ‘혹시?’

-혹시, 나만큼 저년도 간절히 원하고 있는게 아닐까?

“저년이라니. 큭. 말함부로 하지마. 최비서.

-큭.



그래 그건 고맙다 박태준. 최길수 이 버러지 같은 자식아. 내 아내한테 그따위 막말하지마. 아까부터 귀에 거슬렸어.



“잠이 드는척 여유를 가지고 탕안에서 고개를 돌려가며 상황을 살피니까, 병길씨랑 김상욱이는 이미 보기좋게 곯아떨어져 있고, 지훈씨만 눈을 뜨고 앉아있는거라. 그런데 슬쩍 집중해서 보니까, 이미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올라갔다를 반복하고 있더라고. 잠드는건 시간문제겠다 싶은 생각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정말 얼마가지않아 그대로 고개가 아래로 쑤욱 떨구어 지더라고. 이때다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탕안에서 몸을 빠져나와 부리나케 호텔로 달려갔지.”

-어차피 온천부터 여기까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니까.

“그렇지! 수영복 차림에, 머리는 젖어있는데, 그런거 신경쓸 여유가 없었어. 냅다 호텔까지 달려가서 천천히 내 방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고. 심지어 최비서 자네도 보이지 않고. 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천천히 저기 건너편 실내온천이 있는 방문을 슬쩍 여니까, 탕안에 몸을 기댄채 머리카락이 잔득 젖어있는 여자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오는거야. 댓번에 그게 누군질 알았지. 더 망설일것도 없이 내 옷을 한꺼풀 벗어내며 천천히 은혜씨에게 다가가 슬며시 뒤에서 안았어. 그러자 화들짝 놀라던 은혜씨가 나를 돌아보는데, 주저할것없이 입을 맞췄지. 와.. 정말 몇 번을 핥고 또 핥아도 너무 부드러워 황홀할 지경이더군. 입술을 때어내고 넌지시 은혜씨의 두볼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자니 은혜씨의 시선이 어쩐지 아래쪽으로 향하는게 보이더라고. 부끄러워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도 넌지시 시선을 아래로 꽂으니, 아 글쎄 잔득 발기되어 있는 내 물건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겠어?”

-큭.. 확실해 졌구나 모든게. 암캐.

“여자와 몇 번 관계를 하면 마음이 최소한 진정되거나 해야 하는데, 눈 앞에 있는 여자를 상대로는 도무지 그게 불가능한거야. 어차피 이젠 완벽하게 자유라는 생각에, 냅다 은혜씨가 있는 탕안으로 첨벙거리며 들어갔어. 그리곤 뜨거운 물의 감촉을 느끼면서 탕안에 앉아있는 은혜씨의 가랑이를 천천히 벌렸지. 이쯤되니 은혜씨도 더이상 '콘돔'이니 뭐니 아무 말없이 그냥 내가 하는대로 이끌려 오더군. 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내 물건을 간질이는 탕안의 따뜻한 물을 가르며 은혜씨의 보기좋게 벌어진 질 안으로 물건을 집어넣었어. 자세가 자세인지라 조금 불편하긴 했는데, 확실히 뜨거운 물속에서 나누는 섹스는 모든걸 잊게 만들더군. 연신 허리를 움직이다가 조금 불편해서 은혜씨의 엉덩이 밑으로 손을 쑤욱 밀어넣으니까 내 물건을 몸으로 '받고 있던' 은혜씨의 하복부가 슬쩍 들리는게 느껴졌어. 마치 내 손이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기라도' 하는양. 은혜씨의 엉덩이에 손을 넣고 조금 자세를 고쳐잡으니, 한결 피스톤 운동이 수월해 지더군. 거의 본능처럼 그녀의 젖꼭지를 베어물고 연신 허리를 튕겨대니, 은혜씨도 버릇처럼 내 어깨를 양팔로 꼬옥 감싸곤 온천가득 듣기좋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더라고. 그나마 다행인건, 조금 요령이 붙어서 탕안에서 체위를 몇 번 바꾸었더니, 내 사정시간도 조금 길어지더라고. 자세를 바꿔 탕안에서 후배위로 하다가 두 손으로 슬쩍 은혜씨의 엉덩이를 벌려 내 물건을 받고 있는 구멍, 그 바로 위의 ‘또다른 구멍‘을 훔쳐 봤는데, 아직 그곳은 ’길이 나 있지‘ 않더라고. 조금 흥미롭다는 생각에 한손가락으로 그곳을 슬쩍 문지르니까, 은혜씨가 나지막한 신음소리와 함께 나를 막아서더라고.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래서 똥꼬도 땄냐?



똥꼬도 땄냐? 최길수라는 놈의 말하는 수준은, 그와 대면하고 있는 박태준에 전혀 비할바가 못됐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박태준의 딱 듣기좋은 목소리에 취해 아내와의 섹스 이야기를 전해 듣노라니, 나 역시 미칠도록 흥분이 되고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화가나는데 이와 동시에, 박태준과 관계를 가진 그런 아내의 얼굴과 몸매를 떠올리자니, 내 자지가 미친듯 발기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도 최길수의 질문에 대한 박태준의 대답이 궁금한건 마찬가지였다. 흔히 애널섹스라고 하는 항문성교. 언젠가 한번 넌지시 시도한적은 있었지만, 아내가 더럽다는 이유로 한사코 거부했었다. 나는 설마설마 하는 생각으로 놀란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박태준의 이야기를 마저 듣기로 했다.



“아니, 못했어.”



오케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이런걸로 위안을 삼는 내 자신이 어딘가 딱해 보였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못했어”



이런 제길... 씨펄!!! 더러운 부루주아... 박태준의 입에서 아직까지는 못했다는 '제한적'인 말이 쏟아져나오자, 나는 금새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그리곤 잔득 긴장해서 더욱더 신경을 집중해 박태준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마음같아선 당장 항문에다가 물건을 꽂아넣고 ‘길’을 내주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나도 조금 실망했지 뭐. 그래서 허리춤을 잡고 그녀의 뒤에서 움직이고 있던 나의 물건을 스윽 빼버리고 말았어. 그랬더니 은혜씨가 당황해서는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보는게 아니겠어?”

-참나, 똥꼬한번 대주면 될걸 가지고.

“큭. 뭐 나도 갑작스레 흥분이 가셔서 그냥 멀뚱 은혜씨를 바라보고 있는데, 되려 은혜씨가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한테 뭐라고 했는줄 아나? 글쎄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큭...



미안? 미안이라고? 나한텐 항상 욕지거리 아니면 큰소리만 질러대던 여자가, 뭐 미안? 미안? 이게 누굴 진짜 호구로 아나.



“괜시리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물건이 꼿꼿하게 발기된 채로 은혜씨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주니까, 은혜씨가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내 손을 잡고 탕밖으로 나가는거야. 무슨일인가 싶어서 물건을 까딱거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 나가는데, 실내온천 구석에 놓인 기다란 대리석 위에 나더러 누우라는거야.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냥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지. 손을 가슴위에 가지런히 얹고 발기된 물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은채 천장을 보고 누우니까, 은혜씨가 피식 웃으면서 돌아 누우라고 하더라고. 민망하긴 했는데, 입가에 걸친 은혜씨의 미소가 보기좋아서 역시나 그냥 시키는대로 돌아 누웠어. 그러니까 물건쪽에서 대리석의 따뜻한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더군. 여전히 무슨일인가 싶어서 두손을 머리맡에 두고 그 속에 가만히 얼굴을 파묻었는데, 갑자기 은혜씨가 내 몸위에 올라타더니 어깨부터 차근차근 주물러 주는게 아니겠어? 어렴풋이 듣기로는 무슨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인가? 그게 있다고 하면서말야. 내내 신세만 져서 미안한 마음에 해드리고 싶다면서.”

-와..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어.. 나도.. 받아보고 싶다. 그 마사지. 은혜가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이 있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학부시절 학과관련 자격증을 뭐라도 하나 따야겠다며 고심 끝에 은혜가 취득했던 자격증이었다. 언젠가 나도 한번 그 ‘마사지‘를 받아본적이 있긴했다. 물론 그 마저도 내가 사정사정 한 끝에 겨우겨우 건성건성 받아본게 전부였긴긴 하지만. 그런 생각에 짜증이라는 감정이 점점, 박태준에 대한 질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뭐,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몸을 맡겼는데, 이야 시간이 갈수록 이게 장난이 아닌거야. 특히 그 악력(握力)으로 내 몸 이곳 저곳을 주물러 주는데,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는 기분이더라고. 게다가 엉덩이 쪽을 마사지할때는, 대리석에 비벼대고 있는 나의 꼿꼿한 물건이 다시금 발기해서는 내 몸의 앞, 뒤 모두 황홀해서 미칠 지경이었지. 어차피 방금전의 탕에서의 섹스에선 정액 한방울도 뽑아내지 못한터였으니까. 은혜씨의 마사지가 내 종아리를 지나 발끝에서 멈춰서자,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꼿꼿하게 발기한 물건과 함께 다시 천장을 향해 몸을 돌렸어. 그러자 은혜씨가 조금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리더라고. 재미있는건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그 죽여주는 몸매를 가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서 있었다는 거야. 내 물건이 은혜씨를 향해 까딱까닥 간헐적으로 움직이자, 나는 은혜씨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 내 곁에 오게 했어”

-설마...



설마..... 설마.... 나는 마음속으로 제발 박태준의 입에서 쏟아질 다음 말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차라리 귓구멍을 막아볼까? 어제부터 오늘 하루종일 그랬듯 나의 안좋은 예감이 지금까지 백프로 맞아 떨어지는게 불안했다.



“응. 내 곁에 오게해서 그 부드러운 손으로 나의 물건을 살며서 잡게 하고선, 서비스를 ‘마무리’ 짓도록 부탁 했지.”



보아라. 항상 이런식이다. 나의 예감은 항상 이런식으로 맞아 떨어지고 만다. 정말 나로썬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슬쩍 침대아래에서 넌지시 나의 두 눈을 빼어냈다. 그러자 박태준과 최길수가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방안에 걸린 거울에 반사되어 내 두 눈에 보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간을 찌푸리고 박태준의 얼굴을 바라보니, 박태준이 최길수를 바라보며 돌연 손가락을 원 모양으로 말아 쥐고 있는게 보였다. 그러더니 자신의 입을 동그랗게 벌려 역시나 동그랗게 말린 자신의 손을 입구멍 근처에 가져다댔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킥킥대고 있는게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채린 나는 잔득 풀이죽어서 다시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자 다시금 박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내가 먼저, 그녀의 한손가득 내 물건을 쥐어주고 슬그머니 그녀의 눈을 바라보니까 그제서야 머뭇거리며 내가 누워있는 대리석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라고. 그리곤 내 물건의 갈라진 귀두부터 천천히 자신의 입속에 밀어 넣는데...”



차라리 듣지말까? 그래야 하는게 옳을까? 이렇게 된 마당에 나는 대관절 무엇이 두려워서 이리도 벌벌 떨며 침대밑에 움크리고 있는걸까.



“확실히 뒷구멍과 마찬가지로 ‘윗입‘도 경험이 아직 없긴 한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내 물건을 입에 물고 거의 ’형식적‘으로 ’빨고 있는‘ 통에, 감질이 나더라고. 그리고 가끔씩 물건쪽에 그녀의 이빨이 다가와 부딪히는데 아프기도 아프고. 그래서 내가 상체를 일으켜 은혜씨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면서 ’은혜씨 일단 여기부터 천천히 혀로 핥아주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내 귀두쪽을 가리키며 ’친절히‘ 일러주니까, 그제서야 은혜씨가 멋쩍어 하면서 입에 가득 베어물은 나의 물건을 꺼내어 내더라고. 그래도 자기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지, 내 물건이 그녀의 침과 함께 빨갛게 달아올라 있더라고. 여전히 은혜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니까, 그제서야 은혜씨가 다시한번 천천히 내 귀두쪽에 혀를 가져다 대는거야. 나는 속으로 연신 ’옳지‘ ’그래 그거야‘ ’그렇게‘를 외치면서 눈을 감았어. 확실히 뭐랄까. 그 나이대의 여자들은 ’길을 열어주면‘ 뭐든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있어. 은혜씨는 그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욱 출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맨처음엔 내 물건의 갈라진 귀두부분을 혀로 조심스레 핥는가 싶더니, 이내 한손가득 내물건의 뿌리부분을 꼬옥잡고선 자신의 혀로 이곳저곳을 핥아 나가는거야. 와 정말 최고더군. 텐프로 기집애들이 해주는 ’직업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가만히 내려놓고 있는 그녀의 나머지 한손이 보기 거슬려서 슬쩍 잡아채선 나의 고환 두 개를 만지게끔 했지. 털이 나있는 나의 고환을 조심스레 만지는가 싶더니 이내 두 눈을 꼭 감고 미친듯 내 물건을 핥아내더라고. 이미 진작에 뽑아냈어야 할 정액을 뽑아내지 못한 나로썬, 얼마가지 않아 물건 가득 사정의 기운이 느껴졌지. 더 볼것도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두 손을 은혜씨의 뒤통수에 올려놓고는 내 몸쪽으로 꽈악 잡아 당겼어. 귀두끝부분이 은혜씨의 좁은 목구멍에 바싹 들어가고 있는게 느껴지자, 내 음모속에 코를 박고 있는 은혜씨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양손을 허공위에 활짝 펴 보이는게 보이더군. 말못할 승리감에 도취된 나는 그대로 나의 흔적을 은혜씨의 입안가득........”

-와!!!!



박태준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자신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당장이라도 바지를 벗고 사정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내한테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서비스를 받고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박태준이라는 작자를 나는 더 이상 원망도 증오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귀두쪽에서 한방울의 정액도 나오지 않는걸 알아차리곤, 나는 천천히 은혜씨의 입에서 물건을 빼어냈어. 그녀의 입술을 타고 내 귀두마저 그녀의 입에서 완전히 쑤욱하고 빠져나왔을때,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있는 은혜씨가 나를 올려다 보며 입안에 든걸 뱉어내려 하기에, 내가 먼저 귓가에다가 대고 넌지시 말했지. ‘삼켜요. 그냥 삼켜줘요 은혜씨’. ”

-호오 그랬더니 그대로 삼켜?

“잔득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기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은혜씨 눈을 똑바로 바라봤지. 그랬더니 눈을 꼭 감으면서 그걸 그대로 삼키는데, 온천방 가득 ‘꿀꺽’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라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대리석에서 내려와서는 은혜씨를 꼬옥 안아버렸어”

-그렇게 끝났구나!

“아니, 사실은 조금 더 남았어”



뭐가 더 남았다는 말이야? 설마 애널?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한번 사정을 한 직훈데 그게 또 가능할까? 박태준이라는 작자는 괴물이란 말인가? 나는 ‘조금 더 남았다’는 박태준의 말에 마지막으로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죽이는 서비스를 받은 입장에서, 그냥 돌아가기 아쉽더라고. 그래서 일단 내가 누워있던 대리석에 은혜씨를 번쩍 들어 눕혔어. 실내온천에서 만큼은 은혜씨도 단 한번의 거절없이, 내가 시키는대로 가만히 있더라고. 어차피 한번 사정을 한 뒤라, 또 관계를 갖는건 힘들다 싶었지. 그래서 대신 진즉부터 ‘신경이 쓰이던’ 것을 ‘없애’주려고 했어.”

-큭.. '털'인가?

“응. 보기보다 수북한 그녀의 털이 조금 거슬렸거든. 축 늘어진 나의 물건을 흔들며 나는 탕 옆에 놓인 쉐이빙 폼과 새 면도기 하나를 뜯어내어 천천히 은혜씨의 허리춤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무슨일인지 몰라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은혜씨를 겨우 안심시키고, 탕에서 바가지로 물을 조금 퍼내 은혜씨의 허리춤에 물을 슬며시 뿌렸지. 자신의 하복부에 물이 닿는 것에 조금 놀랬던지 그제서야 눈을 또롱또롱 떠서 나를 쳐다보더군. 나는 씨익 웃어보이며 은혜씨의 가랑이를 벌리고 들어가 자세를 잡았어. 그리곤 쉐이빙폼을 적당히 손에 덜어내어 은혜씨의 가랑이 사이며, 질 입구며 할 것없이, ‘그곳‘에 있는 털위에 조심스럽게 쉐이빙폼을 발랐지. 은혜씨가 무슨말인가를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는 것을 보고, 나는 잔득 만족한 표정으로 면도기를 천천히 그녀의 털 위에 가져다 대었어. 혹여라도 날카로운 면도날이 그녀의 여리여리한 ’속살’에 생채기라도 낼까 노심초사하며 가끔 꿈틀거리는 은혜씨의 다리를 붙잡고서는 묵묵히 내가 ‘해야할일’을 해 나갔지. 사각사각하는 듣기 썩 나쁘지 않은 소리가 한동안 계속됨과 동시에, 내 손이며 은혜씨의 가랑이며 어디 할 것없이 쉐이빙폼과 은혜씨의 옅은 터럭들이 잘려나가 이리저리 묻기 시작하더군. 한 십여분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정리를 하고, 다시 탕으로 다가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 아직까지 약간의 거품을 머금고 있는 은혜씨의 그곳을 천천히 물로 씻어내자,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랑이를 활짝 벌리는게 아니겠어?”

-시원했겠지. 제깟년도 큭큭

“그 모습이 귀여워서 슬쩍 웃어보이면서 천천히 물을 부으며 이젠 매끄럽게 다듬어진 은혜씨의 그곳을 천천히 만지자니, 시각적으로도 촉각적으로도 이제야 완전히 내가 만족할 만한 지경이 되었어. 손으로 반질반질하게 내보이는 소음순과 이제야 한눈에 보기에도 매끄러워 보이는 그 주변의 감촉을 느끼다가 나는 내 입술로 은혜씨의 그 부분을 살짝 핥아 주었지. 향긋한 바디샴푸와 쉐이빙폼 특유의 시원한 향이 어우러져 그곳과 좀체 어울리지 않는 향기가 나더라고. 몇분을 그렇게 입으로 빨다가 가볍게 은혜씨의 입에 입을 맞추곤, 서둘러 지훈씨가 있는 온천으로 발걸음을 돌렸지”



내가 더 놀랄 일이 무어가 있을까? 아내가 처음보는 남자와 관계를 가졌고, 그도 모자라 그 사내의 물건을 잡고 입으로 빨고있으니......

나의 터프한 아내(The valley) - 중편

펜션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일어나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술이 그렇게 약한편은 아닌데, 평소에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양주를 어제 그렇게 들이켜서인지 머리가 연신 지끈거린다.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눌러가며 수영복 차림으로 침대옆에서 잠들어버린 아내의 모습을 훔쳐보니, 꿈만같았던 -아니 차라리 악몽같았던- 지난 새벽의 일들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제길, 별 시덥지 않은 놈을 만나서는 지랄같은 일을 당했다. 덕분에 아내와 방안에서 오붓하게 지내리라던 원래의 ‘계획’은 보기좋게 틀어져 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누운 아내의 풍만한 엉덩이를 슬쩍 주물러본다. 그러자 간밤에 나의 자지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모습과, 태준과 이불속에서 끙끙대던 아내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나의 자지가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적극적’인 모습의 아내는 본적이 없었는데, 대관절 어제 새벽에 나의 눈에 보여진 아내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내의 엉덩이를 연신 꾸욱꾸욱 주무르자니 그제서야 아내가 뒤척이며 눈을 슬그머니 뜨고 있는게 보인다.

햇살을 받아 눈을 찡그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과히 나의 아내가 예쁘긴 하다. 간만에 연애초기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나는 그윽하게 아내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잘잤어?”

-그럴 리가 있냐?



취소. 하여튼 무드라곤 찾아볼 수 없는 년. 백퍼센트 확실해졌다. 어제 나를 포함한 남자들에게 보여줬던 몸부림은 단순한 '취기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빈정이 상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슬쩍 시간을 확인하니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제길 계획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싶었다. 아침 일찍 근처에 있는 온천에 가서 반나절 정도는 있을 계획이었는데, 지금 간다고 해도 인파로 바글바글할게 불보듯 뻔했다. 슬그머니 지금까지의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자니, 지금이라도 서둘러 온천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은혜와 함께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어제 스파에 갈때와는 다르게, 아내와 나는 간단한 외출복 차림을 하고서 길을 나섰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펜션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온천이 있다. 어차피 복장이야 몇 푼 주고 대여해 입으면 그만이겠지라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펜션앞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 사내가 터벅터벅 우리쪽으로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누군가 싶은 생각에 미간을 잔득 찌푸리고 그의 얼굴을 살피자, 천천히 그의 이름 세글자가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최길수’



건장한 체격의 사내의 정체는 박태준의 개인비서인가 뭔가 하던 놈이었다. 어제 새벽에 나를 보고 어색하게 인사하던 그놈. 다시는 볼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 놈이 우리 부부 앞에 다가와 서자, 나는 물론이고 왠일인지 은혜의 표정도 순간 굳어지고 있는게 보였다. 우리 앞에 서서 은혜와 나를 번갈아가며 살피던 최길수는 -그마저도 역시나 아내를 더 많이 바라보고 있는게 역력했지만-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저희 사장님께서 두 분과 식사를 하고 싶어하셔서 말씀입니다.”

-네? 식사요?

“예, 아무래도 사장님께서 간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여간 마음이 쓰이시는게 아닌가 봅니다. 초면에 밤늦은 시간까지 너무 무례를 범한것 같다시며 밤새 한잠도 못 주무셨습니다.”



지나치게 사무적인 뉘앙스의 최길수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말못할 거리감이 느껴졌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흡사 기계처럼 박태준의 뜻을 전하고 서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은혜가 돌연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그런 은혜를 보자 괜한 치기가 발동했는지 나는 최길수를 바라보며 흔쾌히 ‘박태준’의 초대에 응해버렸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으시죠”



최길수를 따라 얼마간 걸어가니, 딱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음식점 안에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부부를 반겼다. ‘밤을 샜다’던 태준의 얼굴은 최길수의 말과는 달리, 구두약을 칠해 빤질빤질 광이라도 나는 듯 했다. 이에 반해, 온천에 갈 요량으로 고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태준앞에 선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없나 하는 심정으로 연신 주위를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를 은혜가 부끄럽다는 듯 외면해 버린다. 에이 더러운 물질의 노예. ㅤㅌㅞㅅ.



자리에 앉자 최길수는 박태준을 향해 인사를 건낸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개인비서라니, 술이 깬 마당에 처음으로 박태준이라는 자가 한없이 부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당연히 있어야할 빈대같은 강병길과 김상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한 얼굴로 태준을 바라보니 태준이 다시 스윽 웃으며 강병길과 김상욱이 아침일찍 근처 온천에 갔다며 먼저 너스레를 떤다. 모르긴 몰라도 하루종일 있을거라고 말한뒤에, 자신도 이따가 온천에 갈 계획이니 나도 같이 가자고 말을 걸어온다. 어제 새벽과 마찬가지로 눈 앞의 박태준이라는 작자는 어떤 면에선 참 묘한 ‘힘’이 있는 남자다. 당췌 말을 듣고 있는 상대로 하여금 ‘거절’따위 하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힘. 나는 그저 얼굴을 붉히며 그러겠노라고 말해 버렸다.



얼마간의 이야기가 오고가자,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드라마에서 볼때면 항상 혀를 차던 -그러니까 고작 저 정도의 양을 위속에 쑤셔 넣는다고 해서 사람이 잔득 포만감을 느낄쏘냐? 했던 고가의 스테이크 조각- 그 ‘음식‘이 눈앞에 펼쳐지자, 다시한번 말할 수 없는 위화감에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맛있게 드시라는 박태준의 말과 함께 나와 은혜는 나란히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나저나, 어제는 너무 죄송했어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병길씨가 조금 짖궂은 감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 아 예.

“그래서 말인데, 혹시 어제 잠시 나눴던 사업 이야기 기억하세요?”

-네... 네? 사.. 사업이요?



기억나지. 기억나고 말고 이 양반아. 당신이 혹시나 까먹으면 어쩔까하고 내심 마음 졸이고 있던 참이었어.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입밖으로 친히 그 이야기를 꺼내주시다니.



“네, 그 지훈씨 회사와 관련된 사업 이야기요. 혹시 기억 못하시는건..”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는 솔직히 ‘박사장‘님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신 말씀인 줄 알고...



돈앞에 굴복하는 나는 더러운 물질의 노예. 어느새 박태준을 향한 나의 호칭은 ‘박사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하하. 지훈씨도.. 낯간지럽게 사장이라니요. 그냥 편히 부르세요. 병길씨 친구시면 다 같은 또래인데요.”

-아.. 아예.. 그.. 그렇죠?



하지만 가지고 있는 돈에는 ‘또래’가 없어. 그게 함정이야.



“어제 한숨도 못자면서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어젯밤의 결례’도 있고 이번 가구 납품을건을 지훈씨 회사에 부탁하고 싶은데. 휴가 끝나고 돌아가시면 사장님과 잘 얘기하셔서 간단한 업무계획서나 자료들을 저희 쪽으로 보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저희도 일단 명목상 검토는 해 봐야 하니까요”

-아...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저 얼떨떨하게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쥔채 태준의 ‘거대한 호의‘를 받으며 박태준을 바라보고 앉아있노라니, 그제서야 박태준이 ’어젯밤의 결례‘라는 말을 곱씹으며 아내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왠일인지 은혜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벌써 몇분째 말이 없다. 고기를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이내 박태준이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흘려 듣지 않기 위해, 아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금 그의 말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씨알’만한 스테이크 한점을 마치 분쇄시키듯 잘근잘근 씹어먹고 밖으로 나오니 태준이 밝게 웃으며 소화도 시킬겸 산책로를 따라 걷자고 말을 붙여온다. 아닌게 아니라, 태준의 뒤편으로 딱 보기에도 경치 좋아보이는 산책로가 눈에 들어온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대형계약이 오고가는 마당에 괜시리 잠재적인 ‘고객’의 심사에 어긋날 필요는 없겠다 싶어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아내의 표정을 살폈는데, 연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디 아파?’

-아니야, 신경꺼 오빠.



남은 기껏 걱정되어 물어봤건만, 돌아오는 말이 저 모양인 걸보니 어디 딱히 아프진 않은 모양이다. 박태준의 뒤를 따라 산책로 입구까지 다가가니, 그제야 어딘가에 있던 그의 비서 최길수가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다시금 박태준을 향해 목이 꺾여라 90도 인사를 건내기가 무섭게 그가 내 옆에 다가와 서는게 아닌가? 무슨 영문인가 싶은 생각에 빤히 최길수를 쳐다보는데, 이내 그가 내 팔을 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 산책로는 사실 저희 아버지 소유거든요. 최비서랑 저는 어려서부터 친구나 다름없는 존재라, 가슴이 답답할땐 종종 이 산책로를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죠. 최비서가 이곳 산책로라면 저보다도 잘 알겁니다.”

-아.. 아예..



'자네 세계'에서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그런걸 자랑이라고 한다네.

지리를 잘 알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고, 제발 내 팔에서 손 좀 빼주겠어? 어쨌든, 내 팔에서 느껴지는 최길수의 묵직한 손의 느낌으로 짐작컨대 최소한 내가 힘으로 이 남자를 이길 재간은 없어보였다. 그저 최길수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와 최길수가 나란히 걷고, 그리고 바로 뒤에 은혜와 박태준이 나란히 따라 걷는 형국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은혜의 남편이 아니라 태준이 그녀의 남편이라 생각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길수의 손에 이끌려 걸으며 가끔씩 고개를 슬금슬금 돌려 아내와 태준의 모습을 간간히 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얼마간을 말없이 걸어가니, 상쾌한 기분이 드는것도 같다. 하지만 어쩐지 최길수의 발걸음에 맞춰 걷자니 숨이 조금씩 차오르는 기분이다.



“저.. 저기요. 좀 천천히 걸으면 안될까요? 걸음이 너무 빠르신데”

-이 정도는 걸어 주셔야죠.



‘이 정도’는 다분히 니 기준이겠지. 숨이 차올라 죽을 지경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종종걸음을 걷고 있는 최길수라는 사람에게 더 이상 말해봤자, 씨도 안먹힐것 같아 나는 체념하고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뿔싸 박태준과 나란히 걷고 있는 아내와의 간격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 이젠 차라리 최길수에게 끌려가다시피 하고 있는 내가 무표정한 얼굴의 최길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고 다시금 고개를 돌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은혜와 박태준의 모습을 확인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은혜와 박태준이 필요이상으로 너무 찰싹 달라붙어 걷고 있는게 조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얼굴에 연신 미소를 띄우며 웃고 있는 박태준의 잘난 쌍판대기를 스윽 확인하고는,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숨을 헐떡거리며 최길수와 함께 산책로를 걷고 또 걸었다.



숨이 차올라 어느 순간부터는 아내와 박태준이 내 뒤를 좇아오는지 어떤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냥 무작정 걷고 또 걸을 뿐이었다. 조금 놀랍다 싶은건 내가 이토록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최길수라는 작자는 조금의 흐트러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괴물같은 놈.



“학. 학.. 저기 미안한데요. 하아. 조금만.. 조금만 쉬어요. 우리 하아. 벌써 20분째 걷기만 했어요.”

-........



내가 거의 죽을듯한 얼굴로 차라리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쏟아내며 바닥에 주저앉자, 최길수도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고 스윽 나를 바라본다. 이럴줄 알았으면 평소에 은혜 따라서 운동이라도 조금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씩씩거리며 뒤를 바라보는데, 당연히 나의 뒤를 따라 걷고 있을줄 알았던 아내와 박태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숨도 차고 그리고 나와 최길수 쪽의 걸음이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빨랐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숨을 고르며 아내와 박태준이 오기를 기다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채 있자니, 쉼호흡이 안정되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기에 고개를 들어 슬쩍 최길수를 바라보니, 이게 웬걸 최길수도 나와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다. 불현듯 느낌이 좋지 않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어왔던 길을 다시 뛰어 돌아가니, 내 뒤편에서 깜짝놀라 내 이름을 부르는 최길수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길, 최길수에 이끌려 아무생각도 없이 걸어왔을땐 몰랐는데, 산책로를 따라 무성한 초록의 풀들이 여기저기 솟아있다. 말이 좋아 풀이지 차라리 숲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무성한 풀들이었다. 불안하고 '좋지 않은' 생각들이 연신 머릿속에 파고들자, 길을 따라 달리는 나의 발걸음도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돌렸을땐 이미 최길수의 모습따윈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간을 미친듯 달리고 나서야, 숨을 헐떡 거리며 바지춤에서 휴대폰을 꺼내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지금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잠시후 소리샘으로...”

-제길!!



아내의 전화기가 꺼져 있는 것을 학인하자, 불안하고 ‘옳지 못한’ 생각들이 배가되기 시작했다. 아직 눈으로 확인한건 아무것도 없다. 단정짓지 말자. 뭐 그따위의 생각들로 숨을 고르며 나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또 애썼다. 하지만 그게 쉬운일이 아니잖나. 나는 다시 눈에 불을 켜고 인적이라곤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산책로를 마구 뛰었다.



얼마간을 달려 다시금 거친숨을 내쉬며, 대답하지 않을걸 알면서도 애써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내의 목소리 대신 ‘익숙한‘ 여자의 ’단조로운‘ 목소리톤이 귓전에 맴돌자, 나는 산책로 바닥에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내동댕이 쳐 버렸다. 그리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산책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는, 벌써 몇분째 급속하게 나의 머릿속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좋지못한‘ 생각에 머리를 감싸쥐고는 체념하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훈씨?”

-아?



그렇게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산책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내앞에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것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자니 박태준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박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내 그의 곁에 있어야할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짧게 아내의 이름을 내뱉자, 그제서야 박태준이 생긋거리며 입을 여는게 보였다.



“은혜씨가 아까 먹은 스테이크가 소화가 덜 됐는지, 잠깐 쉬고 싶다 하셔서요. 방금전까지 옆에서 같이 있다가 저더러 괜찮으니 먼저 올라가라 하셔서 저 먼저 올라오는 길입니다. 어차피 여기부턴 갈림길도 없고 길이래봐야 하나밖에 없어서 해매거나 하실일은 없겠다 싶어서.....”

-아... 아... 그.. 그래요?



솔직히 박태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순 없었지만, 차라리 그의 말이 사실이길 바랬다. 나는 그런 박태준의 말을 묵묵히 듣다가 짧은 목례를 보내고는 서둘러 아내를 찾아 다시금 산책로를 걸었다. 그래도, 은혜의 얼굴을 봐야만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조금은 여유가 생겼는지 숨이 차지 않을만큼의 보폭으로 천천히 산책로 여기저기를 훔쳐봤다. 혹시나 아내가 있지 않을까. 대관절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얼마간을 더 걸어가니 산책로 옆의 바윗돌 위에 은혜가 앉아있는게 보였다. 미칠듯한 반가움에 잰걸음으로 은혜의 앞까지 다가가니 은혜가 조금도 놀랍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건조하게 쳐다본다.



“아프다며? 어디가? 체한거야?”

-뭐하러 내려왔어? 별일 아니니까 그냥 신경쓰지 말고 가자.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저.. 저기...”



하얀색 반바지 차림의 은혜가 바위 위에서 일어나며 나를 두고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아내의 걸음걸이가 어제 새벽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엉덩이 부분이 흙과 풀따위로 잔득 더럽혀져 있는 것도 눈에 밟힌다. 괜시리 느낌이 이상해진 내가 아내의 뒤를 따라 걸으려는데, 바위 옆의 풀숲에서 무언가가 눈에 띈다. 점점 멀어지는 아내의 뒷모습을 슬쩍 확인하고 괜시리 떨리는 가슴으로 그쪽으로 다가가서 풀숲을 이리저리 헤집다 보니 가지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무언가’가 차츰 뚜렷하게 나의 눈에 들어온다. 가지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그것을 한손으로 조심스레 올려들었더니, 나의 심장이 다시금 미칠듯 뛰기 시작했다.



“으... 은혜.... 패... 팬티..”

해변의 도끼자국


혹시나 아닐까 싶어 이리저리 들춰 보았지만, 그것은 분명 내 아내의 팬티가 맞았다. 아까 오전에 아내가 옷을 갈아입을때 넌지시 눈을 흘겨 확인한 바로는 이것은 일백프로 은혜의 속옷이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이상하다 싶어 아내의 팬티를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아내의 팬티가 올려져있는 나의 손등으로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양손으로 슬쩍 그 부분을 벌려 확인하니, 아내의 팬티 안으로 멀죽한 액체가 잔득 젖어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 정액이 누구의 것인지도 대략 알 수 있는 노릇이다. 그토록 나를 옭아맸던 ‘나쁜 생각’이 현실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아내와 박태준이 이곳에서 방금전까지 '섹스'를 나누었다.



손에들린 아내의 팬티를 챙기기도, 그렇다고 그 자리에 스윽 놓고 돌아서지도 못하다가, 입술을 한번 꾸욱 깨물곤 손에 들린 아내의 팬티를 숲속 깊은 곳에 던져버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내가 먼저 올라간 산책로를 휘청거리는 두 다리로 간신히 걸어가는데, 머릿속을 파고드는 오만가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또 먹먹해진다. 박태준의 정액이 묻어있는 아내의 팬티, 그리고 어제 새벽에 이어 방금전까지도 절뚝거리며 걸어가던 아내의 비정상적인 걸음걸이, 마지막으로 상기된 듯한 표정의 아내와 박태준의 얼굴. 내가 직접 박태준과 은혜의 ‘성교’를 보지 못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정황상 둘은 이미 완전히 몸을 합친게 분명했다. 나는 알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어제 새벽에는 분명 아내의 도발적인 행동에 ‘잠시나마’ 내 몸이 알 수 없는 흥분에 휩싸여 반응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만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노로 가득찬 상태다. 게다가 잠시나마 박태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비지니스’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좀체 식힐 수가 없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어렵싸리 때고 있는데, 나의 두 눈에 최길수와 박태준, 그리고 은혜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자리에 서서 차츰차츰 나를 향해 걸어오는 세사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나는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아 지훈씨! 은혜씨는 진작에 올라왔는데, 정작 은혜씨를 찾으러간 지훈씨 모습은 안보여서 조금 기다라다가 이렇게 내려왔어요.”



여전히 머리를 왁스로 반듯하게 고정시켜 세운 박태준이 나를 보며 고이 웃으며 말하는데, 내가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없이 서 있자 그제서야 박태준이 정색하며 나를 조심스레 쳐다본다. 일순간 우리 네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나는 두손을 꼭 쥔채 조심스럽게 아내의 표정을 살폈는데, 왠일인지 은혜의 표정은 평소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런 아내의 표정을 바라보자니, 지금 내가 괜한 오해를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내와 최길수 박태준 이렇게 세명과, 본의 아니게 대치하는 것 마냥 마주하고 몇분을 서 있자니, 기어이 박태준이 웃어 보이며 다시 무언가를 천천히 말하기 시작한다. 다만 기분탓인지 박태준의 웃음이 어쩐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훈씨 왠지는 모르겠지만 화나셨나 보구나? 미안해요. 나는 그냥 좋은 뜻으로 산책좀 하러 왔을 뿐인데, 괜히 기분 상하게 했나보네. 미안해요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번번히. 그럼 이렇게 하는건 어떨까요?”



이미 심증에 ‘물증’까지 나온 마당에 뻔뻔하게도 나를 보고 입을 열어 연신 말을 하고 있는 박태준의 말따위 귀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지금이라도 그에게 달려들어 시원하게 욕지거리라도 퍼붓고 싶지만, 역시나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나란놈이 그렇지 뭐.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박태준을 노려보는 것도 아니고, 웃는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표정으로 바라보자니 박태준이 정색을 하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조금 걸었다고 땀도 나고 하는데, 온천으로 모실게요. 지금 시간이 오후 한신데, 근처에 있는 스파나 온천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꽤나 붐빌겁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 '소유'의 온천이 하나 있거든요. 그리로 모실게요.”



나는 그저 대답없이 박태준이 지껄이는 말을 듣고 서 있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톤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박태준의 얼굴표정을 보아하니, 거울 없이도 그를 바라보는 지금의 나의 표정이 대략 어떤 모습일지 느낌이 왔다. 싫다 좋다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박태준을 그저 바라보는데, 가만히 서 있던 은혜가 돌연 대화에 끼어든다.



“아.. 아무리 그래도 벌써 꽤나 신세를 졌는데, 온천까지 가는건...”



무슨 신세? 처음보는 부자 자식한테 기어이 몸을 대주는거? 잘도 지껄이는구나. 나는 박태준을 향해 말을 내뱉는 아내의 얼굴을 쏘아보며 생각했다.



“에이, 은혜씨 그런말씀 마세요. 신세라니요, 서운해지네요. 아 그러지 말고, 은혜씨는 제 방에 있는 실내 온천을 따로 혼자 쓰시는건 어때요?”

-예?

“어제 ‘구경’시켜 드렸죠? 제 방에 있는 실내온천. 그렇게 하세요. 일행중에 따로 여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은혜씨 혼자 여잔데, 괜히 혼자 떨어져서 눈치보며 온천에 들어가시는 것보단 그냥 편안하게 실내온천에서 몇시간이고 계시는편이 낫지 않겠어요? 어차피 이따가 늦은 시간까지 제 방은 ‘비어있을’테니까요.”



박태준과 아내가 나누는 대화를 물끄러미 듣고 있노라니, 돌연 부화가 치밀어 견딜수가 없었다. 어제 새벽부터 박태준의 입에서 마치 자기의 와이프인양, ‘은혜’라는 말이 흘러나올때마다 미칠 지경이었는데, 보란듯이 아내를 바라보며 말같지 않은말을 쏟아내는 박태준의 면상을 더 이상 바라볼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아내의 얼굴에 시선을 꽂아넣고 있던 박태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몸을 막아세운다.



“지훈씨,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요? 지훈씨는 저랑 같이 온천에 가도록 하세요. 어차피 거기에 병길씨랑 상욱이도 있을테니까.”

-그.. 저.. 저는...

“그래야 이번 ‘거래‘ 이야기도 여유롭게, 또 구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온천에서 한두시간 있을것도 아닐텐데”



정말 더러운놈, 역겨운놈. 상황이 불리해지니깐 결국 꺼내든다는 카드가 고작 ‘돈’이냐? 나는 아차싶은 생각에 분한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고개를 떨굴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내 박태준이 씽긋 웃어보이더니, 이번엔 최길수와 함께 앞장서서 산책길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마치 ‘이미 나의 욕구는 충분히 풀었으니, 너의 아내에겐 당분간은 관심이 없다’라는 표정으로.




8. 내겐 힘이 없어요...



박태준과 최길수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채로 아내와 나란히 터벅터벅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자니, 좀체 오고가는 대화가 없다. 몇번이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볼까 했지만, 그럴때마다 숲속에서 발견했던 정액덩어리 팬티가 아내 얼굴과 함께 오버랩되는 바람에 번번히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무언가를 입밖으로 꺼내려는 순간, 역시나 나보다 먼저 아내가 입을 열었다.



“사람이 왜그래?”

-뭐..... 뭐?

“사람이 왜그러냐구? 아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줄 알아? 무슨 열 살짜리 꼬마아이도 아니고, 상대방이 배려를 해주면 최소한 감사한 마음 정도는 가져야 하는게 예의 아니야? 되려 왜 씩씩대는 건데?”

-야... 야... 너 지금 그게...

“고작 내 얼굴좀 안보인다고,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이야? 오빠 정말 왜그래? 철부지 애야?”



난 원체 욕을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다. 특히나 그 상대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 이순간엔,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그것도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아 씨발'.



별다른 대꾸조차 하지못하고 서 있는 나를 또다시 휑하니 남겨두고선 은혜가 종종걸음으로 산책로를 내려간다. 어이가 없어서 그런 은혜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다시금 내가 무슨 깊은 착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래 아직 내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한게 아무것도 없는걸’ 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결론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나란놈이 그렇다. 하지만 덕분에 어쩐지 기분은 조금 나아진다. 에이씨. 나는 서둘러 아내의 뒤를 따라 산책로를 내려갔다.





산책로 입구에서 쭈뼛거리고 서 있자니, 박태준이 바지춤에서 호텔방의 키홀더를 아내에게 건낸다. 조심스럽게 받아든 아내가 다시한번 태준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낸뒤,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터벅터벅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다. 괜시리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에 한참을 아내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박태준이 온천에 가자며 길을 안내하고 나섰다. 십여분을 걸어 관리인의 안내를 받으며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최길수가 나와 박태준을 향해 번갈아가며 인사를 건내더니 이내 자취를 감춘다. 그런 최길수의 태도를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박태준이 나보다 몇걸음 앞서 온천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박태준의 뒤를 따라 온천으로 들어갔다.



“온양에 온천이 많지요? 그 중에서도 여긴 꽤나 비싼축에 속하는 온천이랍니다. 소위 ‘프리미엄’이 붙는. 그래서 저희 아버지께서도 사업상 많이 아끼는 곳이죠. 그래서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을거에요. 번번이 신세를 끼친 처진데, 지훈씨를 아무곳이나 모실순 없죠.”



알았으니까 닥치고 잘난척 그만해. 나란놈은 이미 속이 빌빌 꼬일대로 꼬여선 이미 당신이 나불거리는 소리 따위 하나도 귓구녕에 안들리는 지경에 이르렀거든.



하얀색 가운을 걸친채로 박태준을 따라 조금 걷자니,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는 탕안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누군가 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봤더니, 강병길과 김상욱이었다. 그들은 나와 박태준을 보더니 -역시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태준’을 보더니-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태준에게 싱글벙글 미소를 건내기 시작했다. 아니꼬운 마음에 박태준을 따라서 그들곁에 다가가니, 대관절 몇시간을 탕안에 있었는지 손가락이며 발가락 할것 없이 여기저기가 쪼글쪼글 주름져 있는게 보였다. 언뜻 보기에 주름많은개 ‘샤페이’와 닮은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 솔직히 조금 불쾌했다.



박태준과 내가 나란히 탕안으로 들어가자, 강병길이 나를 보고 히죽대며 인사를 건낸다. 어제부터 정말 친하지도 않은놈이 친한척을 하는통에, 가뜩이나 무겁고 어지러운 마음이 다시금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나란놈도 참 한심한게, 탕에 자리를 잡고 들어가 앉은지 얼마가지 않아, 몸속 구석구석 파고드는 온천의 따스한 감촉에 이끌려 마음이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한다. 제길, 빌어먹을 자연의 신비.



김병길과 김상욱은 박태준을 향해 기다렸다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이건 애완용 '개'가, 주인의 손에 들린 육포조각을 받아먹으려 갖은 아양을 떨어대는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역겨운 놈들. 그래도 가끔 내가 ‘신경이 쓰이긴 했는지’ 아내의 안부따위를 물으며 소소한 잡담거리를 나누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고맙구나. 정말



“사실 아버지나 저나, 맘이 동하는 ‘협력사’를 하나 알아내면 정말 '끝까지‘함께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점에서 이번에 지훈씨네 회사와 우리 회사간의 거래가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 저는 그저 말단 사원일 뿐인데요..



세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좀체 끼어들 여유가 없어, 아예 그들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턱을 괴고 있자니, 박태준이 슬그머니 사업이야기를 쏟아냈다. 화들짝 놀라 박태준을 바라보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김상욱과 강병길이 이에 질세라 경쟁이라도 하듯 한마디씩 보태고 나선다. ‘아 그렇죠? 부친께서도 어마어마한 분이시니까요’ ‘야 임마 지훈아. 너 임마 운 좋은줄 알아 임마’ 뭐 그런 따위의 이야기를. 뭐 애시당초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올리 있겠냐마는 어찌됐든 박태준의 '제안'은 나로써도 솔깃한 것이 사실이었다. 샐러리맨으로써 잘하면 회사내의 입지는 물론, 쥐꼬리만한 연봉도 한큐에 올릴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그렇게 박태준의 말을 들으며 웃는 동안에도, 정말이지 이 찜찜한 기분을 훌훌 털어버리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온천에 들어온지도 얼추 2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박태준의 양옆을 차지하고 앉아서는 연신 신나서 떠들어대던 김상욱과 강병길은 제풀에 지쳤는지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들 사이에 앉아 여유를 가지고 앉아있던 박태준도 슬금슬금 눈이 감기는게 보인다. 사실 나도 예정에도 없던 산책을 하고 난 직후라, 몸이 노곤노곤해지고 있던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박태준의 방에 혼자 있을 아내 생각에 겨우겨우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온몸을 감싸고 있는 온천의 뜨뜻한 물의 감촉에 취해, 내 눈도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얼마간 잠들어 있었을까? 턱밑을 간질이는 온천물의 출렁임에 놀라 눈을 비비고 고개를 돌리니 김상욱과 강병길이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그런데... 그 사이에 있어야 할 박태준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 버린 나는,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박태준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넓디 넓은 온천 안에는 왁스로 바짝세운 헤어스타일의 남자따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요동치며 다급해진 나는 행여나 잠들어 있는 병길과 김상욱이 깰까 조심스럽게 탕에서 빠져나왔다. 온천의 여기저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으며 나는 연신 박태준을 찾으려 애썼다. 산책로를 걸었을때와 마찬가지로, 불길하고 ‘나쁜생각’이 다시금 내 머릿속을 빠르게 잠식한다. 한두바퀴를 돌고나서야 박태준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 나는, 서둘러 온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행여나 박태준의 개인비서인 ‘최길수’와 마주칠까 조심, 또 조심하며 온천의 화장실, 탈의실 할 것 없이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끝내 박태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급해질대로 다급해진 나는 서둘러 온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불그스름한 태양이 머리위에 내려앉는다.

근처에 있는 시계탑의 시간을 확인하니, 못해도 족히 한시간은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아 왜 그 순간에 긴장감이 풀렸을까.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는 내 자신을 몇번이고 원망해 보았다.

마음같아선 아내가 있는 태준의 호텔로 달려가고 싶지만, 마음 한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작디작은 이성이라는 놈이 애써 침착하라며 나를 달래는 통에 차마 그러지도 못하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온천 외벽을 따라 걸으며, 혹여라도 박태준이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박태준을 찾고 또 찾는것 뿐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바램은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찾아보자’라는 말을, 연거푸 세 번 외치고 나서야 나는 절망감과 함께 온천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병길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탕근처로 터벅터벅 걸어가니 여전히 박태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저 강병길과 김상욱이 시체처럼 탕안에서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모습만이 눈에 들어온다. 부끄럽게도 눈물이 날것 같아, 애써 쉼호흡을 한번 크게 들이쉰뒤 아까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로 돌아가 뜨거운 온천물을 맞으며 몸을 담갔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기어이 박태준이 자리로 돌아오고 있는게 보였다. 놀란 내가 박태준을 올려다보니, 박태준도 깨어있는 나를보고 짐짓 놀란 표정을 보이다가 황급히 나로하여금 시선을 거두어 들인다. 왜 내 시선을 피하는거지? 그리고 왜 내 가슴은 또 이렇게 뛰는거야? 탕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박태준을 바라보며 무슨말인가를 하려 하는데, ‘고맙게도’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병길이가 태준을 바라보며 ‘어디갔다왔냐’고 나를 대신해 묻는다.



“아.. 아..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와서, 요 근처에서 전화좀 받고 왔어요. 많이들 주무셨나요?”



웃기지마, 이미 니 말대로 이 근처라는 근처는 샅샅이 뒤져본 참이야. 니가 말하는 근처가 ‘서울’은 아니겠지? 어디서 썰을 푸는거야? 뻔뻔하게 거짓을 고하고 있는 박태준을 바라보자니 머리가 다시금 어지러워 진다. 게다가 왠일인지 연신 내 눈치를 살피는 박태준의 행동이 심히 거슬린다.



복잡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나 스스로에게 ‘침착하라’는 자기 최면을 몇 번이고 걸고 또 걸었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과 함께, 꽤나 오랜시간을 탕안에서 앉아 있다가 우리는 일제히 온천을 빠져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박태준이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는게 거슬렸다. 지도 사람인데 캥기는게 있겠지. 그리고 나는 최소한 니가 무엇에 그리 캥겨 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





옷을 다 갈아입고 네명이 나란히 온천을 나서는데, 어둑해진 밤을 뚫고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와 최길수였다. 강병길이 그런 아내를 보고 반가운듯 인사를 건내려 하자, 박태준이 그를 막아세우며 다시금 내 눈치를 간헐적으로 살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터벅터벅 은혜에게 다가갔다.



“박사장님 호텔에서 계속 있었던 거야?”

-어.

“실내온천..?”

-어.



기분나쁠 정도로 단답형으로 대꾸하는 은혜를 바라보며, 다시금 화가 치솟았지만 나 역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가까이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쩐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인가를 더 말하려다 아내의 눈치를 한번 살핀 나는 이내 그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박태준을 바라봤다.



“지훈씨랑 은혜씨는 내일 올라가신다고 하셨죠? 서운하네요.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내 와이프 보지구녕이랑 가까워 졌겠지. 이 개자식아. 대꾸도 없이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태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돌연 뒤에 서 있던 아내가 그만 돌아가자는 말을 내게 건낸다. 나도 여기에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가볍게 인사를 건내고는 아내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박태준이 무언가를 말하려는것도 같았는데, 나는 그냥 애써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9. 들어서는 안될 이야기





“박사장님 호텔방은 지낼만했어?”

-아씨, 아까부터 왜 자꾸 같은 말을 물어봐?

“아니..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

-뭐가 궁금한건데?

“아니, 왜 화를 내? 난 그냥 걱정이 돼서”

-무슨 걱정? 오빠 무슨 열등감 같은거 있어?

“뭐... 뭐?



펜션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모처럼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말을 걸었건만, 돌아온 반응이 최악이다. 어이가 없어 그런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분위기가 금새 험악해져 버렸다. 나도 참 한심한게, 어느순간부터 박태준을 제 3자에게 소개할때의 호칭이 ‘박사장’으로 굳어있었다. 그리고 더 한심한건, 아내의 입에서 ‘열등감’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을때야 비로소 내가 습관처럼 박태준을 박사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었다. 길거리에서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아, 일단 펜션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려는 찰나에 아내가 대꾸도 없이 휙 돌아서서는 펜션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화도 화지만, 은혜의 그런 태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답답해서 그저 묵묵히 펜션까지 아내를 따라 걸었다.



펜션방에 들어온 은혜는 방의 불을 켜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위에 누워버렸다. 그저 묵묵히 그런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듯 지켜보고 있자니, 침대에 누웠던 아내가 무슨생각에서인지 ‘아이씨’를 외치며 바지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몇번이고 만지작 거리더니,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어딘가로 팽개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다. 하고 싶은 말이 수만가지였던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다가 그래도 '꼭 한가지' 만큼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 조심스럽게 아내의 곁으로 다가갔다.



“혹시... 혹시 아까 호텔에 있을때, 박태준이 거기 갔었어?”

-........



벌써 잠들었을리는 만무하고, 내가 일부러 박사장이 아닌 ‘박태준’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조심스럽게 아내의 귓가에 내던지자, 기분탓인지 아내의 몸이 잠깐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금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정신이야? 그 사람이 거길 왜 와? 계속 오빠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었어? 아까부터 왜 그러는건데? 아 몰라, 귀찮아. 피곤하고. 시끄러우니까 옆에서 자려면 자고, 말려면 마”

-아니... 그게...



이쯤되니 더 이상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봐야 좋을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하려던 말을 거두고 침대앞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빌어먹을. 결국 내 두 눈으로 확인한건 아무것도 없는건가. 그냥 이렇게 찜찜한 기분만 가득한채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건가. 병신. 제길. 한참을 아내의 곁에서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하는 수 없이 내일 집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천천히 짐이 있는 방문을 열었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옷가지며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자동차 키홀더가 보이질 않는다.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짐정리를 거의 끝낼때까지 자동차 열쇠를 찾지 못하자 머리가 슬슬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까 아내가 신경질적으로 침대옆 어딘가에 던져버린게 혹시나 자동차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방에서 나와 천천히 아내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내의 곁에 다가가자 이미 잠들어있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아까 은혜가 무언가를 던진쪽을 향해 휴대폰 후레쉬를 꺼내들어 살펴보니, 바닥에 왠 물건이 떨어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열쇤가 싶어 다가가 그것을 바라보니, 자동차 열쇠가 아닐뿐더러 왠지 조금 낯선 '카드키'였다. 이게 뭔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후레쉬를 비추어 살펴보니, 카드에 인쇄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xx호텔’



아.. 아마도 박태준의 방키인것 같다. 은혜가 박태준에게 열쇠를 돌려준다는 것이 경황이 없어 그대로 들고 온 것이리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박태준의 방키를 어딘가에 내려놓으려다가 문득 머릿속으로 어제 새벽의 일들이 떠올라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섰다.



‘아 맞다. 자동차 열쇠라면 아마도...’



틀림없다. 어제 새벽에 박태준의 방에 잠깐 들어갔다가 방의 넓은 규모에 넋이 팔려서는 박태준의 침대 옆 후미진 곳에 내 자동차 열쇠를 내려놓았던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아 제길. 차라리 기억이 나질 말것이지, 왜 그것만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이 나냔 말이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강병길이나 박태준에게 전화라도 걸어볼까 하다가 이내 그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잠들어 있는 아내를 스윽 한번 확인하고는 박태준의 방열쇠를 바지춤에 꽂아넣고 펜션문을 나섰다.



15분 정도를 천천히 걸어 호텔앞에 도착한 나는, 쉼호흡을 한번 하고 호텔 문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는내내 박태준일행에게 전화를 걸까도 생각해 봤지만, 박태준의 방에서 나의 자동차 열쇠를 찾기 이전에,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몇가지 있었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떨리는 가슴으로 로비를 통과하자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와는 다른 직원 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괜시리 의심받아 좋을게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바지춤에서 박태준의 방키를 꺼내들어 보였다. 그러자 직원은 조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제길.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애써 무시한채, 마침 입을 열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쏘옥 몸을 들이 밀었다.



박태준의 방 앞에 잠시간 서 있던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노크소리를 몇 번 하고 난후에야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방에 카드를 꽂아 넣었다. 그러자 방문의 잠금표시가 풀리더니 문이 스르륵하고 열린다. 나는 황급히 박태준의 호텔방 안으로 몸을 집어넣고선 재빨리 문을 닫아잠궜다.



박태준의 방으로 들어서는데 연신 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이렇게까지 떨리다니. 역시 도둑질도 해본놈이 잘한다고 했던가? 그 말이 하나 틀린게 없다.



나는 서둘러 아마도 내 자동차 키가 놓여져있을 박태준의 방으로 슬금슬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휴대폰 후레쉬를 켜고 여기저기를 비추니 생각보다 쉽게 나의 자동차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식은땀을 걷어내며 아내가 반나절가량 누워있었을 ‘실내온천’이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불현듯 박태준의 호텔방문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랄대로 놀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다, 내 자동차키가 있었던 방문으로 서둘러 다시 들어가 침대밑으로 황급히 기어 들어갔다. 숨을 죽이고 몸을 덜덜 떨며 앞이빨로 입술을 살포시 깨물고 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방에 불이 환히 켜지는게 보였다. 마음속으로 하나님, 하나님을 외쳐대던 나는 그저 무사하게 박태준의 호텔방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침대위로 누군가가 쓰러지는 묵직한 중량감이 등뒤로 전해져 왔다.